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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과 높은 수익률의 비밀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있는 은행은 상업은행이다. 상업은행의 주요 업무는 예금자로부터 예금을 받는 수신 기능과 이를 기반으로 차입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통 이것을 간접 금융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투자은행을 적접 금융이라고 부르는데 증권회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투자은행의 목표는 시세보다 싸게 인수한 주식을 가급적 비싸게 팔아서 시세 차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증권 인수로 부터 시작된 투자은행의 역할은 역사적으로 증권 트레이더(trader)기능으로 확대되었다. 트레이더 기능은 투자자로 부터 연결해주는 브로커(broker)기능과 투자은행이 직접 투자하는 딜러(dealer)의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딜러의 기능인데 증권사들은 주로 증권 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통한 수수료와 시장 조정자 역할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아무도 주식을 사거나 팔려고 하지 않으면 투자은행의 수익률이 악화되므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 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성화 방법으로는 신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게 하거나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개인 적인 생각으로는 증권사들의 투자 의견을 내는 것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속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서 분석한 결과 이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투자은행은 브로커의 기능으로 시장을 활성화하고 딜러의 기능으로 주식을 얼마나 정확히 평가하여 저 평가된 주식을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수익률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경제 시간에 배운 바와 같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방법은 고든 성장 모델(Gordon growth model)을 이용한다. 다시 정리하면 고든의 성장 모델은 간단한 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V_0=D_1/(k-g)$$ $$D_1:차년도 배당금, k: 할인율, g: 배당증가$$ 그러면 채권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일까? 채권은 주식과 달리 가치가 확정적이라 주식보다 계산하기가 쉽다. 채권의 가치를 구하는 식을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V_0=cF/(1+r)+cF(1+r)^2+...+cF/(1+r)^m+F/(1+r)^m$$ $$F: 액면가격, c: 표면 이자율, m: 만기, r: 할인율$$ 여기서 보통 액면가격, 표면 이자율 그리고 만기는 알 수 있지만 할인율은 알 수 없다. 그리고 다차원 방정식이기 때문에 쉽게 할인율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휴리스틱(heuristic) 방법을 이용하여 r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이 문제를 푼다면 이진 검색(binary search)또는 유전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 평가 방법으로 저 평가된 주식을 매입하고 비싸게 팔아 발전한 투자은행은 자본 시장을 넘어서 모든 물건을 거래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옥수수, 밀가루, 콩, 금, 은, 동, 석유 그리고 금융자산에 대한 파생상품 등 기초자산은 아주 다양하다.

여기에 하나 재미있는 개념이 있다. 보통 경제학에서는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가격만이 존재한다는 일물 일가의 법칙(low of one price)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차익 수익을 설명하기 위해서 동대문에서 같은 옷을 1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똑같은 옷이 남대문에서는 1만 2천원에 거래되고 있을 경우 동대문에서 옷을 사다가 남대문에 가져다 판매할 경우 20%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비트라지(arbitage)로 불리는 거래이다. 실제로 위와 같은 차익이 발생하여 대량의 옷을 남대문에 가져다 팔 경우 예상한 20%의 수익을 거둘수는 없을 것이다. 소요와 공급의 원리로 가격은 다시 하락하여 결국 동대문과 같은 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선물, 옵션에서도 가능하지만 증거금이 많아야 가능한 거래이기 때문에 보다 접하기 쉬운 KODEX의 거래를 예로 들어보겠다. KODEX는 상장된 ETF를 말하는데 KODEX 200과 KODEX 인버스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KODEX 200은 KOSPI 200의 종목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것인데 이 지수가 상승할 경우 KODEX 200 지수도 같이 상승하여 수익을 거둘 수 있다. KODEX 인버스도 같은 원리이지만 이것은 하락할 경우 수익을 거둔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항상 실시간으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여기에도 아비트라지가 존재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짧은 시간에만 차익이 가능하다.

이제 투자은행들은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IT 기술까지 도입했다. IT 기술은 빠른 거래를 통해서 차익 수익을 올릴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뮤추얼 펀드(mutual fund)나 프로그램 매매(program trading), 바스켓 매매(basket trading)을 통해서 기존보다 운용 비용을 적게 소모하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투자은행의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 거래 수수료는 최근까지 경쟁적으로 하락하여 1%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있지만 투자은행들의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음이 IT 기술의 이점을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금융, 보험, 의료, 유통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보다 성장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IT 기술로 귀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 이다. IT 기술은 사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유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산업에서 도입되고 있다. 보다 발전된 미래는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와 같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일까? 나는 영화처럼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위협하는 초월적 존재가 되는것은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빠른 미래에 대부분 산업 중심에 소프트웨어가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럼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이미 찾은 듯 하다.

Reference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이찬근, 부키


규제 완화, 중앙은행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

규제는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전혀 필요 없는 것일까? 최근 규제 완화가 사회의 큰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 규제의 대표적인 기관인 중앙은행은 여전히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오히려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규제하기를 힘쓰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중앙은행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투자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마무리하겠다.

만약 화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교환은 '이중의 우연에 의한 욕망의 합치(double coincidence of wants)'에 의해서 만 거래가 이뤄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자급자족해서 구해야 할 것이다. 또 물물 교환의 경제에서 통화라는 공통의 가치 측정 단위가 없기 때문에 거래에 대한 막대한 비용도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즉, 통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분업과 교환이 위축됨으로써 경제 발전이 지체 될 것이다.

화폐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이다. 둘째, 구매력을 보존하거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다. 셋째, 가치를 측정하는 공통의 척도이다. 그리고 화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사용된 물품이 많은 사람에게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물리적으로 운반하기 쉬워야 한다. 셋째,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나뭇잎 같은 것은 화폐가 되지 못하였지만 조개껍데기는 화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화폐는 더 발전하여 주조 화폐의 등장을 알리게 된다.

하지만 주조 화폐의 단점은 주조 소재가 되는 금속의 실제 가치와 주조 화폐의 액면 가치가 동떨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만약 액면 가치보다 화폐 가치가 높다면 사람들은 화폐를 녹여서 주조 이익을 취하려 들 것이다. 결국 화폐는 그레 셤의 법칙(Gresham's law)과 같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항상 일정 순도의 주조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태환 지폐를 사용하기로 한다. 초기 태환 지폐는 은행들이 저마다 발행 했었지만 이후 국가 권위(중앙은행)에 의해 통용성이 부여된 지폐가 등장하게 된다.

메디치 은행으로 부터 시작된 은행 금융의 발전은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이 전통을 이어받아 발전하게 된다.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비셀방크(Wisselbank)는 대출 업무는 하지 않았지만 단일한 통화로 예금 계좌를 개설해주는 혁신을 했으며, 17세기 스톡홀름에 설립된 릭스방켄(Riksbanken)은 지급 결제 서비스뿐 아니라 대출 업무도 병행하는 혁신으로 은행 금융의 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지급 결제와 대출이 병합된 서비스는 다른 은행에 입금과 대출을 통해 신용 창조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후 런던에 설립된 영국은행(Bank of England)는 국채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영국은행의 주식과 교환(debt-to-equity swap)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은행에는 지폐를 발행할 수 있는 준 독점권이 부여된 셈인데 이것은 중앙은행의 기반을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오늘날에 글로벌 금융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앙은행의 설립이 늦어졌다. 그 이유는 주의 권한이 막강하여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각각 별도로 은행 인가권이 있었고 주 인가 은행과 연방 인가 은행으로 은행의 설립이 이원화 되었기 때문이다. 1907년 은행 위기로 인해서 결국 1913년 연준이 설립되게 된다. 이후 미국에서 은행들은 지구별로 설치된 12개의 연방준비 은행 밑에 들어가 감독을 받아야 했고 적정한 지급 준비 예금을 쌓도록 강제 되었다. 은행들은 유사시에 연방준비 은행으로부더 구제 금융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되었다.

오늘날의 중앙은행은 정부의 은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국고 출납을 관리함과 동시에 정부의 재정을 보전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지급 준비 계좌를 창설해 주고 전상망을 구축하는 등의 은행들의 금융 시스템의 중심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은행이기 때문에 통화량을 조절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은행은 때로는 정치적인 압력으로 이용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가 전체의 경제와 직결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 없는 독립성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오늘날 학계에서는 통화량이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하여 국가 경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빈번히 실패하곤 했다. 그 이유는 케인스가 주장했던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을 통해서 설명이 가능하다. 유동성 함정이란 경기가 불황이 되면 첫 번째 요인으로 저금리 환경에서 사람들은 현금을 보유하기 선호하고 두 번째 요인으로 은행에 대한 신뢰가 낮아 현금 선호가 높아지고 세번째 요인으로 오늘날 은행들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 자본 비율 규제로 경기가 후퇴해 불안해지면 은행들은 리스크가 높은 민간 기업에 대한 대출을 가급적으로 줄이고 국채 매입을 늘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의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변화 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목표치를 이자율로 변경하고 있다. 이자율 중에서도 만기 하루인 초 단기 콜 금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은행의 경우는 금리 시장 기능의 저하를 우려하여 기준금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중앙은행은 장기간 발전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은 통화량과 경기에 영향에서도 보았듯이 어느 하나의 문제를 단순히 해결하기 위해서 시행된 정책은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4년 현재 1990년대 닷컴 버블 이후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구글 등이 이끄는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는 기업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몰라도 투자 받는데 문제가 없다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기 까지 한다. 투자의 활성화는 결국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여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는 등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적절하지 못한 기초 자산에 대한 투자는 결국 금융 경제에서 살펴봤듯이 결국 큰 문제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지금 1990년대 닷컴 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왜 발생하였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볼 때이다.

Reference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이찬근, 부키


상업은행의 발전과정으로 본 비트코인의 미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에는 베네치아에 사는 바사니오가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서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는 내용이 나온다. 샤일록은 높은 대출 이자를 요구하는 것 외에 목숨을 담보할 것을 요구했다. 그 당시 샤일록이 이와 같이 요구한 이유의 원인을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샤일록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천대 받던 유대계 소수자였다. 성경에 따라 유대인간의 대금업은 불가능하였지만 이방인 기독교인에게 대금업을 하는 것은 가능했다. 두 번째로 당시 금융의 발전이 지체 되어 있었다. 당시 대금업은 매우 영세했고 고객 집단도 다변화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분산이 이뤄지지 않아 높은 이자를 요구했으며 대금 회수를 위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다.

금융업의 발전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예전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숫자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숫자 계산은 매우 불편하게 하였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북부 피사에 살던 레오나르도 피보나치(leonardo fibonacci)라는 사람이 아라비아 숫자와 십진법을 최초로 서구에 소개하였는데 이를 통해서 숫자 계산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결국 피보나치가 살고 있는 피사와 인근 피렌체에 환전상이 모여들었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금 세공업자를 중심으로 금융이 발전하였다. 당시 세공업자의 주된 일은 금속을 다듬는 것이었지만, 안전한 금고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은 이런 안전한 금고에 중요한 물건을 맡기기를 원했다. 이러한 니즈(needs)로 세공업자들은 보조적으로 금화나 은화를 보관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순히 주화를 맡기는 것이만 머무르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영국 모두 금융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주화를 맡긴 예탁 증서만 가지고도 상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닳게 되었고 구태여 환전하려고 하지 않았다. 따라서 환전상들은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에 따라 일부만 지급 준비용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대출하여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피렌체에서는 메디치 은행(banco dei medici)이 특히 성장했다. 성장 배경에는 환어음이 있었다. 물론 이런 거래는 교황청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환어음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약속 어음과는 구조가 조금 다르다. 약속 어음은 상품 매입자가 상품 매도자에게 특정 만기까지 지불을 약속하는 증서인데 환어음은 이와 달리 매도자가 매입자에게 추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매도자가 환어음의 발행인이고 매입자가 지급인이다. 이런 환어음의 매입자와 매도자 사이에 메디치 은행이 개입하여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환어음이 거래되는 과정 중에는 환위험(foreign exchange risk)가 존재하지만 메디치 은행은 영리하게도 헤지(hedge)를 통해 역방향 무역을 거래함으로써 이런 위험을 줄여 성장해갔다.

메디치 은행 시절의 승인은 교황청이 했다면 현대 은행의 승인은 해당 국가의 권력이 대신하고 있다. 승인 제도가 계속되고 있는 까닳은 이렇게 승인된 은행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특권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비즈니스 구조는 사실 간단하다.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로 자금을 운영하여 은행의 수익원인 이것의 이자의 차이를 높이는 것이다. 은행의 본질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하되 신용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은행은 계속 발전해왔다. 이처럼 은행이 발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심사 능력 때문이다.

은행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IT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은행이 취급하는 것은 돈이지만 돈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정보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최근 IT 기술을 이용해 그동안 많은 관리 비용의 문제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가계 금융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은행은 변환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변환 기능이란 유동성을 선호하는 예금자의 니즈와 수익성을 높이고 싶은 은행의 니즈를 적절히 결합하기 위한 기능이다. 은행은 이런 수익성과 유동성을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 기능의 기본은 이전 환전상들이 했던 것처럼 큰 수의 법칙에 의해서 모든 예금이 동시에 인출될 수 없다는 가정이 있다. 결국 일부 유동적인 자금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중, 장기로 운용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은행의 부실이나 부실하다는 소문에 의해서 한꺼번에 예금이 인출되는 뱅크런(bank run)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은행은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한 은행에서 발생한 문제는 여러 다는 은행에 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처럼 연쇄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은행의 위기는 예금 통화의 공급이 크게 수축되고 은행 간의 계좌 이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지급 결제 기능에 차질이 빚어져 경제 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1929년 뉴욕 증시의 대 폭락 사태도 은행의 연쇄 도산 사태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은 일명 글래스 스티걸 법이라 불리는 금융 개혁법으로 일반 상업 은행과 투자 은행을 분리하여 리스크를 줄이고자하는 개혁에 나섰다. 이와 같은 철저한 규제 덕분에 1970년대 중반까지 은행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산업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은행의 고객이 이탈하는 위기가 찾아온다. 인플레이션이 만성적으로 심화되면서 각종 예금 상품이 경쟁력을 잃게 되었고 기업들도 회사채나 상업 어음 등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이 은행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은행들로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후 국가는 이런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서 규제를 다시 완화하게 된다. 규제가 사라진 은행들은 대차 대조표에 부담이 없는 부외 산업에 집중하게 된다. 현물환 거래, 선도환 거래 등은 전통적인 부외 산업의 예이다. 은행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또 다른 신종 부외 산업도 만들어 냈다. 대출 채권 등을 매각하는 것이 신종 부외 산업의 대표적인 한 예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이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2008년 서브 프라임 위기(subprime mortgage crisis)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현대 은행은 규제 완화로 높은 수준의 자유를 가지게 되었고 수익성도 높아졌지만 동시에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게 되었다. 즉, 현대의 은행은 항상 심각한 구조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현대의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 결제 은행의 자기 자본 비율 규제가 국제적으로 도입되고 감독 당국도 위험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주 집단은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라는 상충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으므로 은행은 어느 한쪽 만을 따를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정부 규제도 마찬가지 이다. 규제를 완화해 수익성을 높이면 안정성이 훼손되고, 반대로 안정성을 높이려 은행을 다시 규제하게 되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또 다른 위기가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상업 은행의 발전 과정을 통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지 예상해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비트코인과 현대 금융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현대 금융은 소지하기 불편한 주화를 맡기고 맡겨진 자금을 통해 상품을 개발하고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와 규제 완화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와 전혀 다르다.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이 지나치게 규제 받고 있다는 문제로 생겨났다. 따라서 기존 금융은 안정적인 권력으로 부터 보호 받았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금융 상품으로 발전하게 된 반면 비트코인은 이러한 보호 장치가 없다. 이것은 최근 해킹 문제가 되었고 결국 파산한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 곡스(Mt. Gox)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과 전혀 다르므로 비트코인의 미래를 기존 금융의 사례로는 판단할 수 없다. 결국 비트코인은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금융의 한 종류가 될 것이다. 기존 금융의 발전 과정과 전혀 다르게 발전해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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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이찬근,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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