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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판매 시 지켜야 할 경제 기본원리 (The basic principle of the economy that should be followed at the time of selling software.)

최근 나는 연속으로 경제, 경영 분야의 책만 읽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읽은 책도 경제 분야의 책이다. 처음 컴퓨터 이외의 분야의 책을 읽을 때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진도도 잘 나가지 않아 재미를 붙일 수 없었다. 그런 책 중 대표적인 것이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었는데 책의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해서 같은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아주 조금씩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부족하여 책의 많은 부분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많은 부분을 그냥 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 외도를 한 탓에 기술이 무뎌질까 염려되어 다음번에는 다시 전공으로 돌아가 컴퓨터 서적을 읽어볼까 한다.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상사가 알고 사흘을 쉬면 사장이 아는 것은 아닐까? 사장이 이 글을 보지 안을 것이란 확신은 있지만, 왠지 마음이 무겁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코너 우드먼(Conor Woodman)의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 이다. 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나의 눈길을 끌어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전부 다 읽기 전까지 이 책의 원제가 영국에서 방영된 '80일간의 거래 일주'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음을 미쳐 알지 못했다. 책 표지 오른쪽 위에 버젓이 쓰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직 나는 다큐멘터리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것 만으로도 많은 것은 느끼고 배웠다. 비록 경제와 관련된 책이었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전공인 소프트웨어와 관계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시사점을 소프트웨어 분야에 접목하여 나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 덜어보고자 한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주요 경제 원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사점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이다. 이것은 무엇이든 판매하려고 한다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실이자 명제이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이것을 잊는 듯하다. 추가로 코너 우드먼은 실제로 전 세계와 몸소 부딪히면서 느낀 경험을 통해 숨은 의미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먼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다. 제품을 싸게 사기 위해서는 그 제품의 전문가가 되지 않고는 힘들다는 것이다. 비싸게 살 수 있는 좋은 제품은 많지만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제품은 전문 지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 자책하는 의미이거나 한탄하는 의미로 흔히 "치킨집이나 차려야지." 라고 말하곤 한다. 내 주위 친구들은 이 한탄을 좀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해서 "커피 전문점이나 차려야지." 라고 고쳐 말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말은 쉽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다. 커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이는 어떤 커피가 좋은지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믹스 커피만 먹던 사람이 어떻게 원두커피의 맛을 알 수 있을 것이며 커피에서 곡물 맛이 나는지 마노핀 맛이 나는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더 높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는 소프트웨어에서 더 확연하게 나타난다. 어느 책에서는 숙련된 개발자와 초급 개발의 생산성 차이는 16배까지도 난다고 봤던 것을 기억이 있다. 내 생각에 16배라는 수치는 정확한 수치라기보다는 대략적인 수치이며 프로그래머들이 좋아하는 2의 제곱수 2^4를 표현한 수치라고 생각한다. 이는 같은 기능을 하는 서비스라 할지라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서버 1대가 필요할 수도 있고 16대의 서버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단순 정렬 문제에서 Merge Sort나 Quick Sort 대신 Bubble Sort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전문 지식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소프트웨어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시사점은 "필요로 하는 곳에 팔아라." 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삼성과 애플(Apple Inc.)의 광고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고에서 삼성은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고 애플은 가족, 친구와의 친밀감과 자사의 제품을 이용한 더 행복한 삶을 강조한다. 여러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애플이 우리나라에서 점유율이 삼성보다 낮은 이유를 단순화해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이 기술 위주의 제품 선택이기 때문인 이유도 그 중 한 가지 일 것으로 생각한다. 애플이 지향하는 제품을 통해 변화되는 삶의 방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꿈꾸고 있는 삶이긴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욕구로 기술 우위로 포지션한 제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까? 위 가정은 애플이 지향하는 목표가 더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애플이 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결과를 근거로 아주 터무니없는 가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히 팔아서 성공했던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브라우저 환경을 예로 들면 이미 Netscape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Microsoft의 Internet Explorer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린 브라우저에 짜증을 냈다. 아마 이때 일반 사람들은 웹 표준에 대한 필요를 거의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 결과물만을 보지 어떤 개발과정을 거치고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는 관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시된 Firefox는 빠른 속도와 웹 표준의 혜택 그리고 많은 확장 기능을 덤으로 추가했다. 이후 Firefox는 빠른 속도로 시장을 점유해 나갔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PC 성능은 더 빨라지고 있는데 웹 브라우징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였다. 결국, 더 빠른 Chrome이 출시되었다. 최근 StatCounter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월 기준 데스크톱 브라우저 사용 비율을 보며 Chrome 41.87%, Internet Explorer 27.31%, Firefox 18.15%[1]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서로 다른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사용 비율을 점차 증가시키고 있다.

온라인 지불 시장에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었다. PG(Payment Gateway)는 금융기관의 전자 거래 위험 노출에 대한 대리인 역할에 대한 수요로 신용카드나 계좌 이체를 대행하기 위해 생겨나기 시작했다. PG의 규모가 점점 커진 것은 1998년 미국의 사이버캐시라는 회사가 나타나면서이다. 사이버 캐시는 결국 시장을 장악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좀 더 편리한 결제를 원하고 있었다. 결국, 간편하면서 안전한 SSL(Secure Socket Layer) 기반의 Paypal이 출시되었고 현재 미국 내 C2C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마지막 시사점은 "어느 곳이든 시장은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예로 코너 우드먼은 인도 시장에서 칠리소스를 팔았으며 중국 시장에 와인을 팔기도 했다. 인도 사람들이 카레 대신에 칠리 소스 먹는다는 것과 중국 사람들이 차 대신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동안 쉽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장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고 단지 우리가 발견하고 있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마침내 코너 우드먼은 이것을 몸소 증명한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도 네이버 밴드는 최근 대형 포털들의 카페보다 더 사용자들이 오랜 시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2]된 바 있다. 모바일 시장에는 카카오톡이라는 강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PC 시장에서는 대형 포털의 카페 서비스가 이미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제품과 시장이 많은 부분 겹치는 새로운 제품의 수요가 지금처럼 증가할 것이라고는 처음에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분명 존재했고 그것이 지금 입증되고 있다. 비슷한 예로 검색 시장에서는 Google 이전에 Yahoo가 있었고, SNS 시장에서는 Facebook 이전에는 My Space와 싸이월드(Cyword)가 있었지만, 현재 새로운 강자들이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다. 이와 비슷한 많은 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분야든지 시장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다만 발견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한다. 시장 경제의 원리들도 아는 사람만이 알고 이를 아는 이들만이 결국 돈을 벌고 있다. 예전에 열심히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을 때 크게 실망했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비슷하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경쟁사의 제품이 우리보다 더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볼 때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프트웨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기술, 가격, 시장 환경 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야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실패는 경제 관점에서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었다. 그것은 어느 곳이나 시장은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분석하지 못하였고 필요한 사람에게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References

[1] (2005). Usage share of web browsers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Retrieved December 17, 2013, from http://en.wikipedia.org/wiki/Usage_share_of_web_browsers.
[2] (2013). '카페 보다 밴드'…모바일 이용시간 시간 더 길어. Retrieved December 15, 2013, from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312131350313&sec_id=561101.